▲ kt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는 너클볼을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한 올 시즌 3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0.36을 기록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너클볼(knuckleball)은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으로 공을 잡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구부려 튕기듯 던지는 구종이다. 회전이 거의 없어 바람의 영향을 쉽게 받아 움직임이 변화무쌍해 전담 포수가 아니면 잡기조차 힘든 공이다. 실밥을 채지 않고 변화가 많아 구속이 느리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서 너클볼의 평균 구속이 68마일(109.4km)이다.

메이저리그에 대표적인 너클볼러는 R.A 디키(토론토)다. 최고 시속 150km 패스트볼을 던지던 정통파 투수였던 디키는 빅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여러 팀을 전전하던 저니맨이었는데 2010년 메츠로 이적해 너클볼을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하자 데뷔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11)를 올렸다. 2012년엔 너클볼러로 최초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디키는 기존과 다른 너클볼을 던진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올 시즌 디키의 너클볼 구속은 77마일(약 123.9km)로 2013년 메이저리그 너클볼 평균 구속을 훌쩍 넘는다.

kt 위즈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도 너클볼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지난해 넥센에서 웨이버 공시를 겪었던 투수인데 너클볼을 던지기 시작한 올 시즌 성적이 좋아졌다. 개막 2경기 모두 너클볼을 30개 이상 던졌는데 2승 평균자책점 0.54를 기록했다. 지난 9일 삼성과 경기에선 팀 창단 두 번째 완봉승을 일궜다. 15일 잠실에서 열린 LG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또 9이닝을 채워 시즌 3번째 승리를 올렸다. 23이닝 무실점 기록을 이어 갔다. 김진욱 kt 감독은 "피어밴드가 에이스를 입증했다"고 크게 칭찬했다.

피어밴드는 준비된 너클볼 투수다. "어렸을 때 야구 하던 아버지를 보다가 너클볼 그립을 배워 따라 던졌는데 생각보다 잘 들어갔다"고 돌아봤다. "원래 실전 수준이었으나 KBO 리그에서 너클볼을 잡을 포수가 없었다. 지난해엔 시즌 도중 kt에 합류해 포수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장성우 이해창과 훈련을 해서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피어밴드의 너클볼은 특이하다. 움직임이 적은 대신 빠르다. 평균 구속이 123km로 메이저리그 평균 너클볼 구속과 큰 차이가 있다. 디키만큼 고속 너클볼이다. 올 시즌 피어밴드를 상대했던 KBO 리그 한 타자는 "너클볼인데 빨라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 감독은 "피어밴드의 너클볼은 조금 덜 흔들리지만 빨라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공이 빨라 장성우와 이해창도 1년 가까이 호흡을 맞추고 나서야 포구할 수 있게 됐다. 

너클볼이 제 1구종, 제 2구종이 아니라는 점이 피어밴드를 더 강하게 만든다. 개막 2경기에서 패스트볼과 너클볼 비율을 1.2대 1로 유지했던 피어밴드는 15일 경기에선 투구 수 98개 가운데 18개만 너클볼로 던졌다. 체인지업과 패스트볼 위주로 투구했다. "경기 전 포털 사이트 기사를 번역해 LG 타자들이 체인지업에 대비한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너클볼을 많이 던지지 않았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에 자신이 있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날 너클볼에 노림수를 갖고 나온 LG 타자들은 피어밴드의 최고 시속 146km 패스트볼에 무방비로 당했다.

너클볼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적은 힘으로 공을 던져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키는 36살부터 5년 동안 200이닝을 넘겼다. 웨이크필드는 44살까지, 1980년대 너클볼로 맹위를 떨쳤던 찰리 허프는 46살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피어밴드는 올해 나이 32살인데다가 구단이 재계약을 앞두고 어깨 상태를 검증했다. 현재 활약을 이어 간다면 KBO 리그에서 오래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앤디 밴헤켄(넥센)이 빠진 자리를 잠시 채웠던 선수, 올해 연봉 68만 달러의 외국인 투수에서 kt 에이스로 야구 인생 2막을 열어 가는 피어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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