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원(왼쪽)과 한승혁 ⓒ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공 하나하나 던질 때마다 모두가 전광판을 바라봤다. 14일은 '157km'에 환호성이 터졌고, 15일은 '158km'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갑내기 투수 KIA 한승혁(24)과 두산 이동원(24)이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를 뜨겁게 달궜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1라운드에서 탈락한 이후 젊은 투수를 육성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김인식 대표 팀 감독은 "투수 발굴이 한국 야구의 가장 큰 숙제 같다. 한국 투수들 구속이 상대 투수보다 6~7km 정도 떨어지더라"고 평했다.

시범경기 개막 시리즈부터 광주에서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투수 2명이 등장했다. 한승혁이 먼저 펀치를 날렸다. 14일 경기에서 7-4로 앞선 9회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를 지켰다. 우직하게 패스트볼만 14개를 던져 3타자를 처리했다. 최고 구속은 전광판에 157km가 기록됐는데, 전력 분석 팀이 측정한 자료는 156km였다.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KIA 코치진은 더그아웃에서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있는 한승혁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고 농담을 던지며 흐뭇해 했다. 한승혁은 "스피드가 많이 나와서 저도 놀랐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점이 잡히고 있어 올 시즌 한승혁을 더 기대하게 한다. 한승혁은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를 포함해 5경기에 등판해 6이닝 무4사구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승혁은 "팔 스윙을 짧게 하려고 하니까 전보다 제구가 잡히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 한승혁은 14일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에서 최고 구속 157km를 기록했다. ⓒ KIA 타이거즈
두산은 15일 열린 2차전에서 이동원으로 맞불을 놨다. 이동원은 지난달 호주 스프링캠프부터 시속 155km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고, 육성 선수 신분으로 시범경기 일정을 함께하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지금까지 경기에 내보낼 때 잘 던졌다. 시범경기 때 기용하면서 잘 던지면 자신감과 경험이 쌓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구속은 기대 이상이었다. 4-2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오른 이동원은 초구부터 시속 158km를 기록하며 경기장을 들썩이게 했다. 꾸준히 155km대 빠른 공을 던지며 강속구 투수의 힘을 보여 줬다.

그러나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공 12개를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는 단 2개였다. 2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고 무사 1, 2루 나지완 타석 때 폭투를 저지른 이동원은 나지완과 싸움을 마치지 못하고 이현승에게 공을 넘겼다. 이현승은 3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경기 끝내며 후배의 마음을 가볍게 했다.

김태형 감독은 "첫 타자와 싸움이 아쉬웠지만, 잘 다듬으면 대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동원을 다독였다. 이동원의 투구를 지켜본 두산 관계자 역시 "육성 선수가 시속 158km짜리 공을 던지니 흥미로운 일 아니냐"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투구 결과는 달랐지만, 한승혁과 이동원은 패스트볼만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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