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연재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모든 도전은 쉽지 않다. 수없이 되풀이되는 실수를 각오해야 하고 뼈를 깎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7년 전, 손연재(22, 연세대)가 16살의 나이에 시니어 무대에 데뷔할 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리듬체조 불모지인 한국에서 손연재처럼 뛰어난 재능과 지독한 정신력을 가진 선수가 등장한 점은 특별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동유럽 선수들이 장악하고 있는 리듬체조 경쟁에서 손연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했다.

7년 전 상당수의 리듬체조 전문가들은 "세계 10위권에만 꾸준히 들어도 성공적"이라고 전망했다. 독보적으로 리듬체조 무대를 휩쓸고 있는 러시아와 이에 도전하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선수들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뛰어난 체격 조건을 갖춘 유럽 선수들의 '꽃들의 전쟁'에서 한국에서 온 작은 소녀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그때 16살 소녀였던 손연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완벽하게 보여 주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며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리듬체조를 하기에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던 그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한때는 올림픽 메달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12년 런던 올림픽 5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얻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각종 국제 대회에서 쟁쟁한 경쟁자들과 메달을 다투는 선수로 성장했다. 2014년 터키 이즈미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후프 종목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고 개인종합 4위에 올랐다.

손연재는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섰다. 2013년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종합에서 이 부문 3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종합 우승과 전 종목(후프, 볼, 곤봉, 리본)에서 정상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리본 경기를 하고 있는 손연재 ⓒ GettyImages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 4년, 손연재는 어떻게 성장했나

2012년 18살 소녀였던 손연재에게 런던 올림픽은 부담 없는 무대였다.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그는 상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였다. 예선부터 결선까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그는 최종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손연재는 런던 올림픽 결선 후프, 볼, 리본 종목에서 각종 요소를 깨끗하게 해냈다. 그러나 곤봉에서 수구를 놓치는 실수를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큰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온 그는 2013년 5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개인종합에서 70.600점을 받았다. 처음으로 개인종합 70점을 넘어선 그는 6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개인종합, 후프, 곤봉)이 됐다.

이 대회에서 손연재는 덩센유에(24,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들의 마지막 경쟁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었다. 손연재는 홈에서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털어 내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손연재는 2014년 4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개인종합에서 우승했다. 처음으로 월드컵 개인종합 정상에 올라섰다. 그해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땄고 터키 이즈미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종합 4위에 올랐다.

▲ 2015년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3관왕이 된 손연재 ⓒ 한희재 기자

이듬해인 2015년 손연재는 영광과 좌절을 동시에 경험했다. 충북 제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3관왕에 올랐고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도 금메달 3개(개인종합, 후프, 볼)를 목에 걸었다. 그러나 9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종합에서는 11위로 떨어졌다. 오랫동안 국제 대회에 나서며 경기 운용 능력과 집중력은 향상했지만 힘과 체력이 약하다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 손연재는 최고 시즌을 보냈다. '마의 점수대'로 여겨졌던 18.500점을 넘어 18점대 후반 점수를 받는 선수가 됐다. 지난달 스페인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개인종합에서는 74.200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그가 개인종합에서 받은 최고 점수는 불가리아 소피아 월드컵에서 기록한 72.800점이다. 지난 겨울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며 체력을 키운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기록에서 보듯 손연재는 4년 전 런던 올림픽과 비교해 한층 성장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부상을 방지했고 심리 상담으로 마음의 짐도 덜어 냈다. 손연재는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심리연구소 조수경 박사의 상담을 받았다. 1년 전부터는 심리 상담을 하지 않고 있다. 

올 시즌 손연재는 정점에 올라선 상태에서 마지막 올림픽 될 리우데자네이루 무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들과 동행하는 손연재, 지금은 메달 획득이 목표

손연재는 6살 때 리듬체조를 시작했다. 일찍 매트 위에 섰기에 기본기를 탄탄하게 익혔다. 손연재는 재능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다른 유망주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연습 벌레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아파도 해야 할 과제를 해내는 악바리였다.

손연재를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그를 '최고의 선수'로 평가한다. 송희 리듬체조 국가 대표 코치는 "(손)연재는 재능은 물론 성실성까지 최고다. 올림픽을 앞두고 정신적으로 부담감이 있을 텐데 '이것도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자로서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 손연재 ⓒ 한희재 기자

그는 어릴 때부터 가족들과 떨어져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선수 생명이 짧은 리듬체조 선수가 7년 동안 무대를 지키고 있기는 쉽지 않다. 손연재와 시니어 무대를 함께 시작한 선수 상당수는 매트를 떠났다. 손연재처럼 부상과 시련을 이기고 끝까지 살아남은 대표적인 이는 안나 리자트디노바(23, 우크라이나)와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3, 벨라루스)다.

손연재와 리자트디노바 그리고 스타니우타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이들은 모두 리우데자네이루 무대가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손연재는 이달 말 러시아 국가 대표 선수들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간다. 손연재는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리듬체조 경기가 열리는 19일까지 러시아 국가 대표 선수와 함께 움직인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도 그는 러시아 리듬체조 훈련 캠프에 동행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올림픽 금메달 후보인 야나 쿠드랍체바(19) 마르가리타 마문(21, 이상 러시아)과 훈련하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러시아 리듬체조 국가대 표팀의 현지 훈련 캠프는 상파울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손연재는 올림픽을 대비해 리본 프로그램으로 '탱고'를 선택했다. '리베르 탱고'에 맞춰 리본 연기를 할 손연재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마지막 탱고'는 다음 달 18일(예선)과 19일(결선)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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