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월드리그 네덜란드전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는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 ⓒ FIVB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 남자 배구가 기적 같이 살아남았다.  한 편의 드라마를 쓴 한국은 이번 월드리그에서 빛과 그림자가 공존했다.

한국은 2016년 국제베구연맹(FIVB) 월드리그 2그룹에서 9경기를 치렀다. 원정 6연전에서 모두 진 한국은 국내에서 열린 3연전을 모두 이겼다. 3승 6패 승점 9점을 기록한 한국은 2그룹 10위에 올랐다.

한국은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월드리그 2그룹 네덜란드와 마지막 경기서 3-2(25-16 22-25 21-25 25-21 18-16)로 이겼다. 홈 3연전에서 3승을 챙긴 한국은 2그룹 잔류 가능성을 남겼다.

한국과 2그룹 잔류를 위해 경쟁한 팀은 쿠바와 일본이었다. 이날 쿠바는 포르투갈을 3-2로 누르고 3승 6패 승점 9점으로 9위에 올랐다. 한국을 3-0으로 꺾은 일본은 마지막 경기인 중국전에서 0-3으로 졌다. 2승 7패 승점 9점에 그친 일본은 11위로 떨어졌다.

이번 월드리그는 승패가 우선이 되고 승점과 세트득실률 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장충체육관에서 한국은 체코와 이집트 그리고 네덜란드를 이기는 뒷심을 보였다. 반면 일본은 중국 원정 경기에서 완패하며 3그룹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의 목표는 월드리그 2그룹 잔류였다. 3그룹으로 떨어질 경우 2그룹으로 다시 올라오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 반드시 이겨야 할 일본, 중국,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모두 지며 3그룹으로 떨어질 위기에 몰렸다.

한국은 체코, 이집트, 네덜란드를 모두 이겼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본과 쿠바가 모두 이길 경우 한국은 3그룹으로 떨어질 처지였다. 그러나 일본이 중국에 완패하며 기적 같이 2그룹 잔류에 성공했다.

▲ 2016년 네덜란드전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는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 ⓒ FIVB

'부상 병동' 한국, 마지막까지 버리지 않은 투혼

지난 2일 열린 이집트와 경기를 마친 김남성 남자 배구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고생이 많다. 그야말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장에는 김학민(대한항공)이 나오지 못했다. 몸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장 한선수(대한항공)는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발에 난 쥐로 고통스러워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 몸이 워낙 좋지 않다. 부상만 없다면 한국 남자 배구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선수 대부분은 기나긴 정규 시즌을 마친 뒤 대표팀에 합류했다. 일본과 캐나다에서 6경기를 치르면서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다. 문성민(현대캐피탈)은 부상으로 대회 중반부터 뛰지 못했다.

한선수는 "체력적으로 다 지친 상태라고 생각했다. 선수들에게 마지막이니까 편한 마음으로 즐겁게 하자고 했다. 정신력과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한 거 같다"고 말했다.

▲ 2016년 월드리그 네덜란드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환호하는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 ⓒ FIVB

일본전 완패는 아쉬움, 최상의 전력으로 완성돼야 할 대표팀

김 감독은 이번 월드리그에 나선 선수들의 정신력을 높이 평가했다. 풀세트 접전 끝에 이집트를 이긴 뒤 그는 "이번 승리는 선수 전원이 이룬 승리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힘겹게 목표를 이룬 한국은 내년에도 2그룹에서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국내에서 열린 3연전에서 모두 승리한 점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선수들이 힘을 합쳐 이집트와 네덜란드를 이긴 점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도 생겼다. 노장과 젊은 선수들이 조화를 이룬 대표팀을 소집했지만 최상의 팀을 만들지 못했다. 전광인(한국전력) 송명근(OK저축은행) 신영석(현대캐피탈) 박상하(우리카드) 등 각 포지션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부상 또는 재활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최종 엔트리 13명 가운데 문성민과 세터 곽명우(OK저축은행)는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경기 운영은 한선수가 대부분 홀로 책임졌고 김학민은 아픈 몸을 이끌고 코트에 나섰다. 이런 문제로 한국은 대회 초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본에 완패한 점과 이길 수 있었던 몇몇 경기를 내준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최상의 전력을 만들고 대체 멤버가 풍부한 대표팀을 완성하는 것이 한국 남자 배구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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