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큰 꿈을 품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바다 건너 입신양명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젊은 날의 도전은 아름다웠다. 이제 야구인생 2막을 꿈꾸며 새 출발을 다짐한다. 2차 시기의 첫걸음이 어느덧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8월25일 프로 10개 구단 신인 2차지명에서 세 명의 미국 유턴파 선수들이 1라운드, kt 특별지명으로 상위 순번에서 호명되었다. 텍사스 출신 롯데 안태경(1라운드)과 LA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었던 우완 장필준(삼성 1라운드). 그리고 kt 특별지명으로 지명된 포수 김재윤이다. 이 중 김재윤은 강한 어깨를 인정받아 투수로 전향, 묵직한 구위를 자랑하며 28경기 1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3.66(21일 현재)로 활약 중이다. 김재윤은 1군에서 좋은 활약으로 다음 기회를 도모 중인 유턴파 선수들의 희망으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도 많은 '해외파 유턴' 선수들이 KBO 신인 2차 지명회의에 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신인 가운데 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나경민을 비롯해 남태혁, 정수민, 남윤성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외에도 여러 선수들이 10개 구단의 부름을 기다린다.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늘어난 해외파 유턴 선수들에 대해 간략한 평가를 정리해봤다. 

◆ 정수민 (25, 전 시카고 컵스)

부산고 출신으로 컵스에 입단했던 정수민은 스카우트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 시속 148km에 달하는 위력적인 구위가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빠른 구속에도 제구가 안정적이라 즉시 전력감으로 꼽히고 있다. 무난히 앞 순번에 지명될 것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낙천적인 성격도 그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야구를 시작한 뒤 단 한 번도 수술대에 오르지 않았을 만큼 탁월한 유연성과 부드러운 투구폼을 갖고 있다. 몸 상태도 트라이아웃에 나온 선수 중 가장 좋았다는 평가다. 유일한 약점은 경기 감각이다. 2013년 3월 컵스에서 방출 당한 후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현역 선수들과 훈련을 소화한 지 2년 5개월이 넘었다. 그러나 안정된 제구와 평균 시속 145km의 패스트볼을 두루 갖춘 우완 정통파를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다. KBO 2차 지명회의 1라운드에 무난히 승선할 것으로 보인다.

◆ 이케빈 (23, 미국 라마포大)

'재미교포 2세' 이케빈은 미국에서 대학교까지 마친 선수로 지난해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도 참가한 바 있다. 185cm 89kg의 탄탄한 신체조건을 앞세워 최고 시속 152km까지 찍은 패스트볼이 위력적이다. 실제 프로 2군과 비공식 연습경기에서 시속 150km를 웃도는 빠른 공을 던져 주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트볼 평균 시속은 145~7km 사이를 형성한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능력도 있다. 투수로서 재능은 흠 잡을 데 없다는 것이 스카우트들의 공통된 평가다. 정수민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그러나 실전에서 보여주는 기량의 완성도는 정수민보다 한 수 위라는 관측이 있다.

약점도 있다. 아직 주자 견제나 베이스커버 등 '제5의 내야수'로서 수비력이 미흡하다. 이 탓에 KBO 리그에서 즉시 통할 만한 투수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2군에서 기본기를 꾸준히 닦고 한국 타자들의 습성을 파악하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케빈은 분명 풍부한 잠재력을 지닌 투수다. 조상우(넥센) 혹은 송승준(롯데)이 떠오른다는 관계자도 있었다. 실제 한화, 롯데, kt 등 앞 순번 팀들의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고양 원더스 입단을 위해 한국으로 왔지만 입단 3개월 만에 팀이 해체됐다. 메이저리그의 선택을 받지 못한 '아픔'과 원더스 해체라는 '불운'을 딛고 야구인생 2차 시기에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 남태혁 (24, LA 다저스)

6년 전 LA 다저스와 입단 계약을 맺으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거포 유망주다. 제물포고 시절 1학년 때부터 4번 타자로 기용되며 스카우트의 관심을 모았다. 187cm 95kg의 당당한 체구는 나성범(NC), 추신수(텍사스)의 향기를 풍긴다. 박병호, 최준석 등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오른손 거포 내야수로서 미래가 촉망되는 타자 유망주다. 아직 스물네 살에 불과한 어린 나이도 구단의 선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교 때 몸 담았던 제물포고에는 남태혁을 비롯해 포수 정윤기(넥센), 투수 홍유상(삼성), 이현호(두산), 이창재(KT) 등 투·타 유망주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선수로 평가받은 이는 남태혁이었다. 그러나 1라운드 지명은 다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귀국 후 공익요원으로 복무하며 공백기가 길었고 실제 트라이아웃에서도 몸이 아직 덜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이너리그 시절 베이스런닝 도중 상대 내야수와 충돌해 크게 다친 적이 있다. 부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 나경민 (24, 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나경민은 지난 2009년 72만 5000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컵스의 부름을 받았던 손꼽히는 외야 유망주였다. 그해 고교·대학 통틀어 야수 최대어로 평가받았다. 빠른 발과 정확한 컨택 능력, 기민한 야구 센스와 넓은 수비 범위를 모두 갖춘 대형 외야수 자원으로 각광받았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해외 유망주 영입 리스트에 앞다퉈 그의 이름을 올렸다. 컵스를 비롯해 오클랜드, 다저스, 뉴욕 메츠, 애리조나 등 복수의 구단이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태평양을 건넌 뒤에도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2012 시즌에는 더블A를 거쳐 트리플A까지 밟으며 빅리그 데뷔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이 그를 괴롭혔다. 결국 고장난 팔꿈치가 타격 밸런스를 무너뜨렸고 기본적인 송구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청운의 꿈을 접고 6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덕수고 재학 시절 기습번트 후 1루까지 3초57에 끊는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했다. 정상 타격시 3초78, 상체가 완전히 돌아간 스윙에서도 4초1에 주파하는 가공할 만한 주루 능력을 보여줬다. 탄탄한 외야 수비와 동료 미트에 정확히 공을 배달하는 송구 능력은 검증을 마쳤다. 이번 2차 지명회의에 나온 외야수 가운데 수비와 주루는 가장 돋보인다는 평가다. 남태혁과 마찬가지로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문제를 해결했다. 2년 간의 실전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남윤성 (28, 텍사스 레인저스)

남윤성은 2006년 신인 우선 지명에서 두산 베어스의 선택을 받았다. 신일고 시절 김상수(넥센)의 빛에 가려 주목을 많이 받지 못했다. 그러나 좌완 투수로는 최고 시속 145km의 빠른 공을 던질 줄 아는 점이 스카우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부드러운 투구폼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투구 밸런스를 쉽게 잃지 않는 타고난 유연성도 플러스가 됐다.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 구사능력도 수준급으로 평가받는다.

9년 전 두산의 부름에 응하는 대신 '도전'을 택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트라이아웃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테스트를 받았다. 텍사스 레인저스가 그의 가능성을 보고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후 남윤성은 3년 만에 더블A 승격을 노리는 투수 유망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즈음 찾아온 어깨 통증은 더 이상의 도약을 불가능하게 했다. 수술-재활-복귀-통증의 악순환을 경험했고 결국 방출 통보를 받았다. 잠시 일본프로야구 진출에도 눈을 돌렸으나 무위에 그쳤다. 귀국 후 고양 원더스 1기 멤버로 새 출발했다. 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김광수-이상훈 코치에게 투구폼을 지도받으며 제2의 야구인생 첫발을 내디뎠다. 유연한 투구폼으로 140km 중반대의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좌완 투수를 쉽게 지나치기는 어렵다. 2, 3라운드 안에는 충분히 이름을 불릴 만한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 김재윤 ⓒ kt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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