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조영준 기자] '하이킥으로 흥한 자, 하이킥으로 망했다'

미르코 크로캅(41, 크로아티아)에게 적합한 문구다. 킥복싱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가 가장 먼저 명성을 떨친 무대는 입식타격 단체인 K-1이었다. 당시 이 무대를 평정하고 있던 이는 '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토 후스트(네덜란드)였다. 후스트는 치고 빠지는 전략과 뛰어난 경기운영이 돋보였다.

이와 비교해 크로캅은 한층 공격적인 파이터였다. 특히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 머리를 가격하는 하이킥이 일품이었다. 크로캅의 하이킥에 대중들은 열광했고 여전히 그의 전매특허로 기억된다.

크로캅의 명성은 MMA 단체인 프라이드FC에서 정점에 오른다. 비록 K-1 시절처럼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하지 못했지만 수많은 명승부를 펼쳤다. 당시 '60억분의 1'이라 불렸던 에밀리야넨코 표도르(39, 러시아)와의 헤비급 타이틀전은 MMA를 대표하는 명승부로 남았다.

그러나 크로캅의 명성은 세계 최고 단체인 UFC로 건너오면서 무너진다. 크로캅은 2007년 2월 UFC 무대에 정식 데뷔한다. 에디 산체스(미국)에 펀치 TKO 승을 거두며 첫 승을 신고했지만 시련은 곧바로 찾아왔다.

당시 MMA 전문가 및 팬들은 크로캅이 언제 UFC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할지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러한 기대감은 UFC 두 번째 경기에서 무참히 깨졌다. 2007년 4월에 열린 가브리엘 곤자가(36, 브라질)에게 충격의 1라운드 KO패를 당했다. 놀라웠던 것은 곤자가의 오른발 하이킥에 쓰러졌다는 점. 자신의 왼발 하이킥으로 수많은 상대들을 눕혔던 크로캅은 아이러니하게도 하이킥를 허용하며 실신 KO패 당했다.

이 장면은 아직까지 UFC 최고의 충격적인 KO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크로캅은 발목까지 꺾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2007년 9월 칙 콩고(40, 프랑스)를 상대로 제기에 나섰지만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판정패했다.

일본으로 건너간 크로캅은 새로운 단체인 'DREAM'에서 미즈노 타츠야와 최홍만을 제압했다. UFC99를 통해 다시 옥타곤에 복귀를 한 그는 무스타파 알 투르크(42, 레바논)를 꺾었지만 주니어 도스 산토스(31, 브라질)에 무릎을 꿇었다. 이후 프랭크 미어와 미어와 브랜든 샤웁 그리고 로리 넬슨에 3연패를 당하며 옥타곤을 떠났다.

UFC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그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IGF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해 1차 방어를 치렀고 현역 생활을 유지했다. 하지만 전성기 때의 화려한 '스트라이커'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던 크로캅이 불혹의 나이를 넘긴 상태에서 옥타곤에 복귀한다. 크로캅은 오는 12일 새벽(한국시간) 폴란드 크라코프 아레나에서 열리는 'UFN 64' 메인이벤트 헤비급 매치에 출전한다. 흥미로운 것은 상대가 자신에게 가장 치욕적인 패배를 안긴 곤자가라는 점.

크로캅의 UFC 복귀에 해외 외신들은 일제히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의 격투기 전문매체인 'MMA mania'는 10일(한국시간) "크로캅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파이터들과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크로캅의 타격과 그라운드 기량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이 매체는 크로캅의 장점으로 타격을 꼽았다. 킥복서 출신인 크로캅은 K-1시절부터 왼손 스트레이트에 이은 왼발 하이킥이 일품이었다. 'MMA mania'는 "크로캅의 하이킥은 악명이 높았다. 스트라이커들 중 가장 무서운 기술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은 예전처럼 치명적이지 않다. 핵심은 크로캅이 왼쪽 크로스로 위협하고 왼발 하이킥에 의존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었다.

전성기 시절 크로캅의 왼발 하이킥은 전광석화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의 머리를 가격하는 하이킥은 '전율'이 돋았다. 그러나 마흔을 넘긴 현재 크로캅의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크로캅은 일본에서 이시히 사토시와 두 번 경기를 치렀다. 모두 TKO승을 거뒀지만 이벤트 형식이 짙었던 무대였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크로캅은 일본 무대가 아닌 최고의 선수들이 득실대는 UFC로 돌아왔다. 크로캅은 "몇몇 젊은 파이터들과 싸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곤자가는 다르다. 곤자가와 로이 넬슨, 마크 헌트,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와 같은 UFC 헤비급 파이터들은 내 심장을 뛰게 한다"고 말했다.


크로캅의 목표는 명확하다. 과거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상대들에게 설욕을 하는 것이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MMA mania'는 크로캅의 주무기는 여전히 '하이킥'이라고 평가했다. 스피드가 떨어진 크로캅이 예전과 같은 '전율의 하이킥'을 선보일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판정을 노리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하이킥'을 제외한 크로캅의 의미는 어딘지 부실하다. 곤자가에게 위협을 주기 위해서는 하이킥만한 무기가 드문 것은 사실이다.

[사진1] 가브리엘 곤자가(왼쪽) 미르코 크로캅 ⓒ Gettyimages

[사진2] 주니어 도스 산토스(왼쪽) 미르코 크로캅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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